1936년 시베리아횡단철도티켓
1936년 손기정이 사용한 시베리아 횡단 열차 티켓이다. 크기는 가로 10cm, 세로 13cm이며 총 5장의 책자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일본 도쿄에서 기차와 배를 이용해 경성으로 이동해 신의주, 모스크바, 바르샤바 등을 경유하는 경로로,
대륙을 가로지 르며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당시 가장 빠른 길이었다. 손기정은 경성에서 출발해 14일 만에 독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1930년대의 유 럽과 아시아를 연결했던 교통수단과 이동 경로, 그리고 손기정의 올림픽 출전을 위한 여정을 알 수 있는
희귀하고 중요한 자료다. 티켓의 전면 위쪽에 ‘서백리경유구아연락 (西伯利經由歐亞聯絡) 승차선권(乘車船券)’이라고 되어 있는데,
시베리아를 지나 유럽과 아시 아를 연결하는 기차와 배의 승차권이라는 뜻이다.
그 아래로 ‘일본국유철도(日本國有鐵道)’, ‘도쿄(東京)—베를린(ベルリン)’, ‘이등(貳等)’ 등 철도 회사명과 출발·도착지, 경유지, 좌석 등급이
인쇄되어 있다. 이를 통해 손기정이 이 등칸에 탑승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아래에는 운임란이 있는데,
최연혜 전 한국철도대학 총장의 저서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따르면 침대 칸 이용이 50% 할인된 금액으로 391원 38전,
일주일간의 열차 식권이 72원 13전이었다. 여기에 베를린에서의 활동비와 귀국 때의 뱃삯 등을 더하면 베를린 올림픽 참가는
1인당 총 약 3,000원의 거금이 든 여정이었다(당시 소 한 마리 값이 15원). 두 번째 면부터 마지막까지 러시아어,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로
철도 운행 경로와 티켓 의 유효기간(60일) 등을 알리는 안내 문구가 명시되어 있고, 러시아어와 독일어 안내 부분 사이에
어린이용 조사권[小兒用調査券] 면이 있다. 프랑스어 안내가 있는 마지막 면 위쪽에는 손기정이 직접 ‘382番(번) 孫基禎(손기정)’이라고 적어놓았다.
이 티켓으로 일본 철도사의 초창기와 관련 한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티켓을 확대하면 종이에 인쇄된 알파벳 ‘GJR’을 로고화한 문양이 보인다.
GJR은 ‘Government of Japan Railways’ 의 약자로, 이는 20세기 초 일본 철도성의 영문명이다.
이외에도 티켓에는 ‘JAPAN TOURIST BUREAU HEAD OFFICE TOKYO(일본 관광 국 도쿄 본사)’ 도장이 5번, ‘ツーリスト(투어리스트)’와
일본 관광국의 약자 ‘J.T.B’가 합쳐진 타 원형의 도장이 12번 찍혀 있다.
손기정 자서전 《나의 조국 나의 마라톤》 에 의하면 당시 시베리아 횡단 철도는 선로가 고르지 못해 열차가 자주 멈추어
연착, 출발지 연 문제가 빈번했다고 한다. 화물열차가 많았 지만 단선이었기 때문에 마주 오는 열차가 지나가길 기다려야 했다.
또 복선화 공사 구간이 많았는데, 공사 현장에 부녀자들이 많았다고도 했다. 이는 당시 시베리아 철도 공사에 죄수나
중국인, 조선인뿐 아니라 부녀자까지 동원되었다 사실을 알려준다. 손기정은 열차가 지연될 때마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열차에서 내려 선로를 따라 달리며 훈련했다.